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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이냐 통원이냐'...백내장 보험금 의료자문 타당한가

더신사 법무법인

백내장 수술 관련 실손 보험금 미지급 사례가 늘고 있다. 환자들은 보험금 지급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보장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불명확한 보험 약관과 자사 손해사정사의 의료 진단이 보험사의 보상 거부로 이어져 보험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전문가와 현장에 대한 목소리를 듣고 현실적 대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다만, 보험사 관리 감독 의무가 있는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 관계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아 피해자들은 반쪽짜리 토론회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국민의 힘 조명희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쿠키뉴스가 주관한 ‘백내장 보험금 피해사태 해결방안 마련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11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렸다.
백내장은 눈 안의 수정체가 뿌옇고 혼탁하게 변하는 질환으로,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매우 흔히 발생되는 질환으로 정상적인 노화 과정의 일환이다. 시력을 저하시키고 일상생활에 불편을 초래하기 때문에 많은 환자들이 백내장 수술을 받고, 실손 보험을 통해 수술비용을 지원받는다.
 

(왼쪽부터) 장휘일 변호사, 조명희 국회의원.

조명희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손해 보험사들의 과잉 진료 방지를 위한 부지급 건수가 날로 늘어가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접수한 '분쟁조정신청 건수'는 3만 6406건으로 전년대비 약 30% 급증했다”며 “이는 우리 국민 4000만 명이 관련 돼 있는 중요한 사안인 만큼 제도 개선과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으로서 국민들 대부분이 서로 협의하고 피해가 없도록 하는 것이 저희의 임무”라며 “현장의 목소리를 내주시면 잘못된 부분은 고쳐나가도록 하겠다. 좋은 의견 주시고 좋은 결실 있는 토론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김지방 쿠키뉴스 대표도 인사말을 통해 “보험이라는 것은 민간 회사의 상품이면서 가입자들에게는 공적 부조이다. 실손 보험은 가입자도 많고 보험금 지급 요청도 많기에 이슈가 되는 것 같다”며 “건설적인 방향으로 해결책을 잘 찾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장휘일 법무법인 비츠로 변호사는 ‘백내장 보험금 피해사태의 진실’이라는 기조발제를 통해 백내장 보험금 미지급 사태의 두 가지 쟁점 ‘의료자문’과 ‘입원VS통원’을 짚었다.
장휘일 변호사는 백내장 수술은 대표적인 포괄 수가제의 적용을 받는 치료로, 입원치료를 전제로 해 입원한도 5000만원 한도로 지급해왔는데, 지난해 보험사들이 통원한도로 지급하기 시작해 백내장 보험금 미지급 사태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먼저 장 변호사는 보험사는 보통 서베이손해사정사나 자회사손해사정사를 선임하는데, 이 손해사정사들이 의료자문을 의뢰하면 보험사가 직접 받는 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 자문의가 누군지 불분명하고 병원명만 기재돼 있고, 도장이 없다는 문제가 있고, 의료자문의 실효성이 있냐는 문제도 있다고 덧붙였다. 백내장 정도에 대한 판단은 의사마다 주관적으로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정확한 검사는 담당 의사가 세극 등 현미경을 통해 육안상 백내장을 확인하는 것인 점’이라는 판례(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2022.8.18 선고 2020가단119637 판결)를 제시했다.

 

또 장 변호사는 작년 1월 서울고등법원 2심 판결도 공유했다. 환자와 현대해상의 싸움이었는데, 보험사(현대해상)는 국내 최고 로펌을 선임해 ‘백내장은 포괄수가제 적용이지만, 포괄수가제에서 말하는 입원 과 보험사 약관의 입원 의미는 다르다. 6시간 정도는 입원해야 입원이고 입원이 실지 있어야 한다'라는 승소 판결을 이끌어냈다.
 

이 법정 싸움은 대법원까지 갔으나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결론 났다. 다만, 장 변호사는 여기서 기판력의 문제가 발생한다며 “다른 보험사나 다른 환자 간 모든 법률관계에 영향 미치는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장 변호사는 “정책적 차원의 '입원'의 의미, 다시 말해 금융감독원 보건복지부 등 정부 기관들의 유권해석이 필요한데 사실상 방관 상황이다”며 “피보험자 입장에서는 정부나 법에 기대게 되는 만큼 의료자문제도에 있어서 입법적인 개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정형선 연대 보건행정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은 패널 토론도 이어졌다.
먼저 정경인 실손보험 소비자권리찾기 시민연대 대표는 “사태가 이렇게 오래 이어질지 예상 못했다. 언제까지 방치할 것이냐”며 “선량한 피해자가 더 이상 나와선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피보험자와 보험사와의 싸움을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에 비유했다.

정경인 대표는 “백내장은 과잉진료에, 실손 보험 재정적 적자의 주범이라는 보험사 보도자료 위주의 기사들이 도배되고 있다”며 “피보험자들의 경제적 손실도 안타깝지만, 건강의 치명적인 문제로 수술했는데 마치 보험사기를 저지른 사람처럼 오해받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했다. 또 정경인 대표는 백내장이 과연 과잉진료냐며 “대다수가 앓는 질환으로 매년 30만 명 넘게 수술하고 있고, 수술 건수는 인구 고령화 추세에 맞춰 꾸준히 증가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정 대표는 “금감원 민원도 많이 들어갈 텐데, 토론회에 금융감독원과 금융감독위가 참여 안한 점이 아쉽다”며 “보험 회사를 관리·감독하는 의무가 있는데, 감사원 감사 청구라도 해 이 기관들의 역할을 촉구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꼬집었다.

 

김현아 보건복지부 필수의료총괄과 사무관은 2017년부터 금융위와 ‘공사보험합의체’를 가동해 관련 내용을 다루고 있다고 밝혔다. 김현아 사무관은 다만 “2017년에 처음 만들어졌고, 복지부 안에서 비급여 관련 독립적인 과도 2018년에 만들어졌다”며 초기단계라 아직 이야기를 많이 주고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김 사무관은 이어 “보험금 지급 관련해서 분쟁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협의체를 통해 감사원 감사를 진행 중이고, 복지부도 실손 보험사가 청구했던 자료를 공유 받아야 한다는 의견을 나누고 있다”며 “공사보험합의체 논의를 통해 국민 건강과 알 권리 보장을 위해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또 한 피해자(피보험자)의 법적 공방을 지켜봤다는 김동운 쿠키뉴스 기자는 3자 의료자문에서 극적 합의가 된 일화를 소개했다. 김동운 기자는 “통원 치료라고 주장했던 보험사가 3자 의료자문에서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라는 결과가 나오자 보험금을 지급했다”며 “의료계와 보험계 금융 당국이 나서서 3자 의료자문에 대한 시스템을 구체적으로 만드는 등 공적시스템 작용을 위해 노력해주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토론회 현장에 함께한 김미숙 보험이용자협회 활동가를 포함한 백내장 환자들은  “입원 의료비 영수증으로 입원 보험금을 청구했는데 통원 보험금으로 지급하는 것은 보험사기죄다. 정부 기관은 이를 왜 방관하느냐”며 금감원 등 당사자가 배석 안 한 점을 지적하며 ‘반쪽 짜리 토론회’라고 성토했다.
 

김미숙 활동가는 "금융위에 의료자문이 무엇인지 정의해달라고 질의하니 ‘약관상 보험금 지급 관련해 전문의의 의견을 참고하는 절차’라는 답변을 받았었다"며 “판사 등은 왜 보험사의 일방적인 주장과 의료 자문 의사의 의견에만 집중해 보험금 지급 거절이 타당하다고 하는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김 활동가는 “보험사가 실손 보험으로 얼마의 돈을 거뒀는지 등 통계를 공개 검증할 수 있도록 국회가 움직여줬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경인 실손보험 소비자권리찾기 시민연대 대표는 마무리 발언을 통해 “옵티머스 피해자 수에 맞먹는 국민 피해 사건”이라고 명명하며 “선량한 피해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정책당국이든 입법당국이든 이 사태 해결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날 국회 토론회에는 국민의힘 조명희 국회의원, 쿠키뉴스 김지방 대표, 법무법인 비츠로 장휘일 변호사,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정형선 교수, 실손보험 소비자권리찾기 시민연대 정경인 대표,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 보건복지부 필수의료총괄과 김현아 사무관, 실손 손해사정 대표 염선무 손해사정사, 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등이 참석했다.